2008년 10월 31일, A4 용지 9장 분량의 논문 한 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제목은 ‘비트코인: 일대일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논문 저자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였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포했고, 110만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공개된 비트코인 백서. /온라인 커뮤니티
2010년 5월 첫 거래가 이뤄졌을 때만 해도 1비트코인의 가치는 2.7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2021년말 현재 1비트코인은 5만달러(약 6000만원) 언저리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2년에는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웃돌 거란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형상화한 동상이 2021년 9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세워졌다. /조선 DB
세계 여러 나라 정보기관들도 나카모토의 정체를 밝히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태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한다. 사망설도 나왔다. 그가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공식 활동이 없고, 그래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컴퓨터 보안 전문가 데이비드 클라이먼(왼쪽)과 호주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 크레이그 라이트. /데이브클라이먼닷컴·크레이그라이트닷넷
클레이먼의 유족이 승소할 경우 라이트는 본인이 가진 비트코인의 절반을 내줘야 하고, 이를 위해선 비트코인 110만개가 저장된 사토시의 계정을 제어하는 개인키를 입력해야 한다. 라이트가 개인키를 입력해 비트코인을 이전한다면 그가 나카모토라는 게 입증된다. 소송 결과에 따라 나카모토의 정체가 밝혀지는 만큼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2021년 12월 6일 미국 마이애미주에서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라이트의 손을 들어줬다. 클레이먼의 유족들에게 비트코인 절반을 넘길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라이트가 비트코인 이전에 필요한 나카모토 개인키를 입력하지 않아도 됨에 따라 나카모토의 정체는 다시 미궁 속에 빠졌다.
◇비트코인의 매력 지켜야
비트코인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나카모토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코인 투자자들은 호기심만큼이나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불안해 한다.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나카모토가 보유한 비트코인 110만개는 5%에 달한다. 그가 일부라도 현금화할 경우 시세 급락이 예상된다.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시장 총액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코인들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일각에선 ‘사토시의 출금을 강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신원이 공개됐을 경우 일어날 파장도 변수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어떤 정부나 기관, 개인에게 종속되지 않은 ‘탈 중앙집중형’ 화폐다. 비트코인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것도 이런 분산형 화폐로서의 매력 때문이다. 그런데 나카모토의 신원이 공개되면, 한 개인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게 되면서 비트코인의 매력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나카모토의 정체가 밝혀지길 원치 않는 대목이다.
나카모토가 보유한 비트코인 110만개는 현재 가치로 약 66조원에 달한다. /조선 DB
비트코인 전문가인 제프 가직도 트위터를 통해 “나카모토는 자신이 가진 비트코인을 사용하거나 PGP(암호화된 이메일)에 사용된 키를 공개하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지만 나카모토를 익명으로 남겨두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cbblab&no=5619
닉네임 0/300자